"커다란 시련은 우리 안에 결코 마르지 않는
'용기'라는 커다란 샘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달시 웨이크필드가 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은
정말 읽는 내내 웃음과 눈물이 함께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은 점점 먹먹해졌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제 가슴 한켠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달릴 수 있었던 기억은 평생의 선물입니다
책 속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마음껏 달리는 순간을 기억한다.
달릴 수 있었던 때의 기억은
어린 시절 햇살이 쏟아지던 바닷가의 기억 같다.
첫사랑처럼,
첫 키스처럼,
잊을 수 없는 결혼식처럼.
이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지금,
그 기억은 내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누군가에게 달린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희망이고,
자유이고,
꿈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아픔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저자 달시 웨이크필드는 서른세 살의 영어 강사였습니다.
채식주의자였고, 건강했고, 달리기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우리에게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병을 진단받습니다.
2년 남짓한 투병 기간 동안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루게릭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ALS는 시간이 지날수록
걷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음식을 삼키는 것도
조금씩 어렵게 만드는 병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병이 빼앗아 간 것보다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했던 것들이 모두 기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침에 혼자 일어나 옷을 입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단추를 채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스타킹을 신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화장실을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전등을 켤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예전에는 이 모든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제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는 것.
러닝화를 신는 것.
두 다리로 천천히 달릴 수 있는 것.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출근할 수 있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 모든 것이 간절한 기적일 수도 있습니다.
죽어가는 슬픔보다 살아 있는 기쁨
저자 달시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을 가장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을 합니다.
'죽어 가는 슬픔'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쁨'을 선택한 것입니다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달시는 ALS 진단을 받은 뒤
오히려 쓰레기 재활용센터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물건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되어
새로운 삶을 얻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ALS 진단을 받기 전이었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비록 ALS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도
내 삶의 가치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는
건강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능력이 뛰어나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존재 자체가 이미 가치입니다.
마치 달리기가 그렇습니다.
빠르게 달려도 천천히 달려도,
5km를 달려도 풀코스를 달려도,
달리기 자체가 아름답듯,
사람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소중합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누군가에게 불빛이 되고,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용하는 힘이 삶의 지혜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법륜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살았을 때는 (힘들다고) 내내 죽을 생각하고,
죽을 때 되어서는 또 안 죽겠다고 살려고 하니까…"
참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건강할 때는 삶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막상 병이 찾아오면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집니다.
수용하는 자세, 순명하는 태도가
삶을 조금 더 평온하게 만드는 지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기도 비슷합니다.
내 체력을 인정하고,
오늘 달릴 수 있었던 거리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오래 달리는 비결이 아닐까요.
병마도 빼앗지 못한 것
정말 저자 달시가 대단한 여장부라는 사실은
ALS에 걸렸음에도
사랑과 사람, 그리고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투병 중에도
스티브라는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합니다.
또한 평생의 꿈이었던
아이를 갖는 일에도 용기 있게 도전합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기 전,
아들 샘을 품에 안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인생은 계획한 대로 움직인다"
물론 그녀가 ALS를 계획했을 리도, 원했을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주어진 조건을 원망하기보다,
상상하는 힘과 용기로 현실을 조금씩 바꾸어 갔습니다.

ALS는 그녀의 몸은 앗아갈 수 있었지만,
삶을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끝내 빼앗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도
조금씩 아픔을 안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람은 슬픔 속에서도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용기의 샘을 품고 오늘도 감사히 달립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두 다리로 일터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 건강하게 살아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달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시련과 역경이 찾아와도,
달시 웨이크필드처럼,
제 안에도
결코 마르지 않는 '용기의 샘'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