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할까요, 안 변할까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면,
사람의 변화는 쉽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한 뒤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의 달리기 모토,
"Running Changes Everything,
달리기는 세상 모든 것을 바꿉니다"
처럼,
달리기는 변화를 불러오는 신기한 마력이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존 뱅햄의 《천천히 달려라》는
저보다 훨씬 먼저 그 체험을
저보다 휠씬 더 적나라하게 그 변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사실, 《천천히 달려라》
책 표지만 봐서는 재미없어 보였습니다.
"천천히"라는 말은
소위 '노잼'과의 동의어처럼 느껴집니다.
롤러코스터도 빠를수록 재미있고,
자동차도 빠를수록 신나 보이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표지도 묘하게 평범합니다.

그런데 책을 펼친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자의 시니컬한 유머와 솔직한 자기고백 덕분에
진짜 몇 페이지마다 웃음이 나왔습니다.
특히 첫 장에서 저자는 과거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25년 동안 담배를 피웠고
병적으로 술을 마셨으며
과식을 삶의 한 방식으로 여겼다"
"키 170cm에 몸무게 109kg"
"포동포동하게 살쪄 있었다"
그런데 그는 달리기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당신은 부지불식간에 바뀌고,
배우며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당신은 당신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을 지나쳐
당신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저 역시,
40대가 넘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3년 만에
53세에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불과 2년 전 까지만 해도
풀코스를 달리는 저를 상상도 못 했습니다.
10킬로미터 이상 달리면,
관절과 인대가 나가고
무릎과 햄스트링도 다칠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가 가족들도 심각하게 경고합니다.
"그러다 죽을 수 있다고..."
이해됩니다. 그들의 심정을....
그런데 어느새,
10킬로미터가 하프가 되었고,
하프가 다시 풀코스가 되었고,
이제는 서브4를 향해 도전 중입니다.
달리기는 그렇게 사람을 바꿉니다.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뒤뚱거리더라도 뛸지어다"

"미래는 당신의 두 다리에 달려 있다"
뒤뚱거리는 펭귄 러너, 저자의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완벽해지려고 합니다.
준비가 되어야 시작하려 하고,
자신감이 생겨야 도전하려 합니다.
하지만 달리기는 반대로 말합니다.
일단 나가라고.
느려도 괜찮다고.
뒤뚱거려도 괜찮다고.
걷다가 뛰어도 괜찮다고.
저자는 달리지 않는 사람들이
달리기에 대한 편견부터 버리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달리기와 러너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은 거의 틀렸다."
저는 200% 동의합니다.
달리기는 운동선수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빠른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처럼 53세 느린 거북이 러너도 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과 니코틴과 알코올에 찌들어있던 43세 저자도 해냈습니다.
그리고 펭귄 러너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찾는 해답은 당신의 신발 바닥과 길바닥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
그 한 걸음.
그 첫 발자국.
그것이 우리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기술을 말하다
존 뱅햄의 《천천히 달려라》는 달리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가능성'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달리기를 통해
삶의 '가능성'을 조금씩 키워 왔기 때문입니다.
저자 또한 강하게 말합니다.
"변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한다"
저도 300% 동의 합니다.
달리기는 삶을 바꾸는 가장 단순한 기적입니다.
자, 이제 운동화 끈을 묶어 보시죠.
Let's Go!

PS 후기)
이 책은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글까지 큰 울림을 줍니다.
제가 읽은 책들 가운데서 가장 인상 깊은 옮긴이의 글이었습니다.
역자는 말합니다.
"흔히들 마라톤과 인생을 비교하게 마련인데,
이 책만큼 그 상관관계를 잘 파헤친 책은 드물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400% 동의합니다.
역자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역자가 번역 원고를 미리 보여준 한 사람은 눈물을 흘렸다"
웃음과 눈물을 함께 선물해 준 존 뱅햄과,
그 감동을 우리말로 옮겨 준 홍은택 역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또 한 권의 좋은 러닝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