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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보 러닝 가이드 ... 달리기 오해

비가 오면 안 달린다? ... 달리기에 대한 오해 #15 :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 [비광 속 오노도후가 개구리에게 배운 삶의 자세]

by 느린 거북이 러너 김사장 2026. 7. 1.

"비 오는데 뭐 하러 나가?"

 
비가 오는 날이면 흔히 듣는 말입니다.
 

늦은 장마가 시작된 듯 합니다. 시원한 아침 비가 반갑습니다.

 
'오늘은 쉬어야지.'
'날씨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지.'
 
저도 한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장모님께서 보내주신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은 뒤,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화투 속 '비광'에 숨겨진 이야기

 
고스톱 화투의 12월 비광(雨光).
우산을 쓰고 있는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인물은 일본의 유명한 서예가 오노도후라고 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서예의 길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둘까."
"아무리 해도 나는 안 되는 것 같아."
 
낙심한 마음으로 비를 맞으며 길을 걷던 그는,
우연히 개울가에서 작은 개구리 한 마리를 보게 됩니다.
 
불어난 물살 속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지는 너무 미끄러웠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수없이 미끄러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노도후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참 어리석구나.
노력해서 안 될 일을 왜 저렇게 애쓰는 걸까."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며
버드나무 가지가 크게 휘어졌고,
개구리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가지 위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순간 오노도후는 깨달았습니다.
 

"어리석은 것은 저 개구리가 아니라 바로 나였구나"

 
작은 개구리조차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정작 자신은 기회가 오기도 전에
먼저 포기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다시 서예에 몰두했고,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서예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화투의 12월 비광에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쓴 오노도후와
개구리가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까지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는
조용한 응원의 메시지가
그 한 장의 화투 속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똥광보다 비광이 제일 좋습니다. 서예가 오노도후와 개울가에서 살아 남은 개구리 🐸 덕분입니다.


 

오늘 저는 비를 맞으며 달렸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망설이지 않고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섰습니다.
 
가장 더러운 러닝화를 골랐습니다.
 
비 오는 날은
세탁 전에 흠뻑 불려 두기에도
좋은 날이니까요.
 
비를 맞으며 7km를 달렸습니다.
속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기록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노도후를 떠올리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젖은 러닝화는 세탁을 조금 더 쉽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신천에서 만난 수많은 오노도후

 

비 오는 신천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걷는 어르신들.
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부부.
묵묵히 운동을 이어가는 러너.
 
아마 이분들은
맑은 날에도,
무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그저 자신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들일 것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가 박수를 쳐 주지 않아도,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저는 그런 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오노도후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와도 멈추지 않으시고 신천에 나오신 이 시대의 모든 오노도후 어르신들을 응원합니다.

인생은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많습니다

 

살다 보면 비가 오는 날이 더 많습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몸이 아플 때도 있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가 그치기만 기다리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인생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비를 맞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에게
조금씩 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버드나무가 흔들린 것은
개구리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은 것은
끝까지 버티고 있던 개구리였습니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은,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킨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천천히 달립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기록이 느려져도,
그저 제 길을 묵묵히 달립니다.
 
언젠가 제게도
버드나무 가지가 살짝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비 오는 길 위에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오노도후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CE: Running Changes Everything 달리기는 모든 것을 바꿉니다 .

 
 
PS 후기)
 
오늘은 러닝화 세탁하느라 출근이 좀 늦습니다.
느린 출근이라도 기분은 상쾌합니다. 

비오는 오늘도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우중 러닝으로 흠뻑 젖은 러닝화를 기분 좋게 세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