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미쳤구나!"
아마 달려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입니다.
"그 힘든 걸 왜 해?"
"무슨 일 있어?"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왜 뛰어?"
저 역시 13년 동안 달렸지만,
마라톤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훨씬 더 미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달리기의 끝판왕, 사하라 사막 230km
이번에 읽은 책은 임희선 님의 《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입니다.

47세.
저자가 스스로 표현한 말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
그런 그녀가 일주일 동안
생존에 필요한 장비를 직접 짊어지고
230km 사하라 사막을 달립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걷고 뛰고,
밤에는 침낭 하나에 의지해 잠을 자고,
중간에는 무박으로 80km를 달려야 하는
'롱 데이(Long Day)'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 또한 묻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마치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저에게 묻듯이 말입니다.
달리는 사람들은 다 조금 이상합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내가 미쳤었던 거지. 미쳤어.
누가 뭐래도 사막에 가겠다고 한 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겹칩니다.
달리는 사람들은 다 조금씩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달리는 사람.
비 오는 날에도 운동화를 신는 사람.
주말 아침에 늦잠 대신 롱런을 선택하는 사람.
42.195km를 완주하고는
며칠 뒤 또 대회를 검색하는 사람.
남들이 보기에는 전부 조금 이상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압니다.
그 길을 걷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정답은 없지만, 나만의 길은 있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합니다.
"모두가 가야 하는 단 하나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책을 쓰고,
누군가는 사막을 달립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새벽 강변을 달립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정해 준 길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사막으로 향한 진짜 이유, 상처로부터의 자유
저자가 사막으로 향한 이유는 기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별의 아픔.
삶의 상처.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후회와 슬픔.
그것들을 사막에 두고 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불모의 땅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치열하고,
가장 격렬한 일주일을 살아 보기로 결심합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사막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실패의 기억이 있을 수도 있고,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건강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막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속에는 모래폭풍 하나쯤 품고 살아갑니다.
몸보다 먼저 회복되는 것, 마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저는 이상한 경험을 자주 합니다.
몸은 분명 힘든데 마음은 조금 가벼워집니다.
다리가 아픈데 생각은 정리됩니다.
땀을 흘리고 나면
걱정도 함께 흘러내리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체력을 키우려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치 근육이 회복되듯,
마음도 회복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나침반이 된다는 것
저자는 혹독한 사막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내가 지나온 길의 흔적이 누군가에게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막에서 완주한 그녀를 보며,
혹시라도 누군가가
"아줌마도 사막을 달렸다고?"
"그렇다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오늘도 각자의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미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막을 달리는 사람.
울트라 마라톤을 하는 사람.
철인3종에 도전하는 사람.
그리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양재천을 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들은 사실 미친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진심으로 살아 보려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사막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길에서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사람들.
오늘도 저는 천천히 달립니다.
사하라 사막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만의 작은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