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2년 12월 30일,
제 인생을 크게 바꾼 사건이 있었습니다.
관상동맥 하나가 완전히 막혀 심장이 멎을 뻔했습니다.
심근경색이었습니다.
30대 초반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젊어서 살아남았습니다.
살고 나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남들 사는 만큼은 살아야겠다는 욕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방탕했던 몸으로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습니다.
...
그러다가 8년 전쯤 동네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면서
달리는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달리던 사람이
달리기 위해 달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42.195km를 넘어섰고,
울트라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금단의 영역에 들어서자
도저히 돌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달리기에 미친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돌아보니 달리기는 어느새 인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매일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한 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달리기로 했습니다."
- 원유식, 《끔찍해서 오늘도 달립니다》 중에서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30대 초반 심근경색은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위기를 딛고 일어나
풀코스를 넘어 울트라마라톤까지 섭렵한 러너가 되었습니다.
책은 일상적인 러닝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낸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매일 달리는 사람이 뛰면서 느끼는 감정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담담한 문장 속에서 오랜 시간 달려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솔한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그중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달리는 저에 대한 부심이 차오릅니다"
참 공감되는 말입니다.
달리기는 그 자체로 나 자신에게 자부심을 선물합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달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특히 주목한 점은,
그가 달린 뒤 글을 쓰는 러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감히 추측해 본다면,
그를 매일 달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끔은 헷갈립니다.
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을 쓰기 위해 뛰는 것인지.
어느 쪽이 맞든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달리기와 글쓰기는 생각보다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달리기와 글쓰기의 공통점
* 오롯이 혼자 해야 한다는 것.
*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 오랜 시간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 그리고 하고 나면 늘 기분이 좋다는 것.
* 그래서 평생 하고 싶어지는 것.
그리고 달리기와 글쓰기는
꾸준함의 힘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도 한 걸음 달리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고,
오늘도 한 줄 적다보면,
어느새 글은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증명하신 분이 원유식 러너이시자 작가이십니다.
저 또한 원유식 러너를 조금 흉내 내 보고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달리겠습니다. 그리고 달린 만큼 글 쓰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원유식 러너님,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