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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러닝 북 & 추천 도서 ... 마라톤 서적

80세 생물학자가 달리기로 배운 삶의 진실 ... 러닝 북 5편) 베른트 하인리히의 《뛰는 사람》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by 느린 거북이 러너 김사장 2026. 5. 28.

“나는 사소한 사건이 꾸준히 쌓여 마침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연의 운영 방식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 베른트 하인리히 《뛰는 사람》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달렸습니다.
 
그는 어쩌면 누구보다도
'작은 발걸음 하나가 결국 인생 전체를 바꾼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몸으로 관찰해 온 사람입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뛰는 사람》이지만,
원제는 Racing the Clock입니다.
 
직역하면 '시계와의 경주'입니다.
 

베른트 하인리히 저 <뛰는 사람>

 

나이 듦에 관한 책 : 생체 시계

 
이 책은 달리기 대한 조언을 담은 러닝 기술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담담하게 기록한
한 생물학자의 긴 삶의 일지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노년이 되면 선택지는 줄어들고 선택할 순간도 자주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더 현실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이란 하나의 여정이며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너무 앞서서 일일이 계획하다 보면 오히려 막다른 길에 도달하거나
좌절하기 쉽다는 것을 배웠다.
돌이켜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던 상황이

예상치 못한 절호의 기회로 마법처럼 연결되기도 했다"
 

나이 듦의 진짜 의미 : 무엇을 놓고, 무엇을 붙들 것인가

 
베른트 하인리히는 묻습니다.

"살다 보면 포기해야 할 것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도 있다.
그게 무엇이며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는 생물학자였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단순히 ‘의지의 존재’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몸은 늙고, 회복은 느려지고, 예전처럼 달릴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은 게으름이나 패배가 아니라
생명의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그는 무조건 버티는 것을 강함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지금 내가 진짜 힘을 써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현실적으로 바라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더 빠르게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노년에는 오늘도 다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젊을 때는 모든 가능성을 붙잡으려 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정말 소중한 몇 가지를 더 깊게 붙드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포기는 절망 속의 체념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욕심과 이미 지나간 시간을
억지로 붙드는 집착을 내려놓는 일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입니다.
 
아직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아직 걸을 수 있는 몸,
아직 느낄 수 있는 기쁨,
아직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마음.
 
결국 그는 삶의 마지막까지도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차이를 아는 것이
'나이 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인하지만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러너

 
사실 베른트 하인리히는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100마일 울트라마라톤을 12시간 27분에 완주했고,
24시간 동안 무려 252km를 달려 세계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정말 강인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끝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생체 시간’입니다.
 
몸은 늙어가고, 회복은 느려지고,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을 인용합니다.
 
“나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과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그는 80세 이후에도 다시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부상과 코로나 환란과 시간의 흐름 앞에서
끝내 그 약속을 완수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깊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억지로 젊음을 붙잡으려 하지 않고,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려 하지 않으며,
자신의 한계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
 
어쩌면 그것 또한
그가 끝까지 달려야 했던 삶의 방식인지 모르겠습니다.
 

 

50대 러너가 읽으며 든 생각 : 순명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묵직하고 또 짠합니다.
 
80세를 넘긴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이상하리만큼 울림이 큽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50대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저 역시 삶의 반환점을 돌아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더 많이 성취하고 싶다기보다,
더 풍부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루를 조금 더 깊게 살아내고 싶고,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조금 더 힘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과의 인연도 더 귀하게 여기고,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도
감사한 마음으로 끝까지 소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달리기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연습

 
달리기도 어쩌면 그런 일 같습니다.
 
결국 달리기는
시간을 이기는 운동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연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천천히 달립니다.
 
조금 느려졌더라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PS) 후기  : 그는 80 넘어도 여전히 달립니다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80대에도
꾸준히 달리기는 이어 갔고 있으며,
50km 트레일 레이스를 완주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