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볼 것인가? 가련한 것 vs. 가능한 것
“내 신체 사이즈와 생김새에 수치심을 느끼는 기분, 그것도 청춘의 절정기에 느끼는 그런 기분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러닝머신에서 달린 지 10분도 안 되어 폐는 터질 것 같고 다리는 꺾일 것 같은 느낌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다. 달리기 시작하는 것, 그래서 ‘넌 할 수 없어. 쓸데없는 바보짓을 하는 거야’라고 외치는 몸과 마음의 장애물을 넘어서기가 얼마나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알고 있다. 망할 운동화를 신기가 얼마나 싫은지도 알고 있다. 사실, 나는 매일 밤마다 가련한 내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도 알고 있다.”
“하프 마라톤 50여 회, 마라톤 8회, 다양한 거리와 지형에서 500회 이상 대회에 참가해 무사히 달리기를 마친 기분이 어떤지도 알고 있다. 내겐 경이로운 달리기 기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도 믿기 힘든 경험이자 추억이다. 가능하리라 생각조차 못했던 달리기 능력을 갖게 된 기분, 4시간이 훌쩍 넘었던 마라톤 기록이 3시간 16분으로 줄어들 때의 기분, 2시간이 넘던 하프 마라톤 기록이 90분으로 단축될 때의 기분도 알고 있다. 심지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도 알고 있다. 내가! 대회 첫 여성 우승자가 되다니! 만약 십대 시절의 내게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했다면, 그 시절의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을 것이다. 내가 해낸 일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리고 딸의 눈동자 속에 자부심을 가진 엄마로 비치는 기분도 알고 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딸아이가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것이다. 가련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을.”
— 레이첼 앤 컬런,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 중에서

위 두 글은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사람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윗글은
10대 시절의 그녀가 쓴,
수치심과 자기혐오, 그리고 우울 속에서 흔들리던 가련한 삶의 고백입니다.
남의 시선을 두려워했고,
운동화 끈조차 매기 싫어할 만큼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반면 아랫글은
운동화 끈을 맨 후,
30대가 된 그녀의 완전히 달라진 삶의 모습입니다.
달리기를 통해 스스로를 다시 믿게 되었고,
수백 번의 레이스와 마라톤 완주,
그리고 인생의 자부심까지 얻게 된 이야기입니다.
결국 이 두 글 사이를 바꾼 것은
대단한 재능도, 특별한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단 하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운동화 끈을 묶은 작은 용기였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왜 달리는가? ...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실증하다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는 단순한 달리기 책이 아닙니다.
“나는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혐오와 우울, 수치심을 넘어
스스로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담아낸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레이첼 앤 컬런은 어린 시절부터 발작과 우울증, 낮은 자존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남의 시선을 두려워했고, 운동화 끈조차 매기 싫어할 만큼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그녀의 삶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지 숨 쉬기 위해 달렸고,
나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달렸으며,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믿기 위해 달리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녀는 수십 번의 하프 마라톤과 여러 차례 풀코스를 완주하고, 심지어 대회 우승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감동은 기록이 아닙니다.
“'가련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내가 사실은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깨달음,
그리고 달리기가 그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게 해주었다는 점입니다.
운동화 끈을 묶는 용기
이 책은 말합니다.
달리기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어제의 후회와 오늘의 상처를 다시 살아갈 희망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특히 지금 지치고, 우울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아주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주는 러닝 에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용기와 희망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고,
그리고 운동화 끈도 한 번 다시 매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