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든 걸 왜 달리세요?”
“안 힘들어요?”
“그냥 재밌는 골프나 치시죠?”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특히 풀코스 마라톤을 뛴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답합니다.
“달리면 진짜 행복해집니다.”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훨씬 단단해집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쉽게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러던 중 최근 제 눈길을 끈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마인드풀 러닝 : 케냐 이텐에서 찾은 나를 위한 달리기> 입니다.

멀리까지 가서 달려야 했던 이유
이 책의 저자 김성우님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스탠포드 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코스를 밟던 젊은이입니다.
좋은 직장, 안정적인 미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길을 걸어갈 수도 있었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케냐 시골 마을로 떠납니다.
그것도 ‘달리기’를 배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궁금했습니다.
“왜 굳이 케냐까지 가야 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달리기에 몰입했을까?”
어쩌면 사람들이 제가 달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 역시 처음에는 저자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법’을 배우러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삶을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러 떠났던 것입니다.
저자는 우연히 접한 달리기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발견했고,
한동안 겪었던 우울감 또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울증을 극복한 힘 : 달리기
저자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나는 새로운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대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지금껏 잘못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겼을 때 발생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회피하며,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길을 선택하면서
'남들이 보기 좋은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겉으로는 보기 좋았지만, '진짜 나'가 없는 '가짜 삶'이었다"
"그런데 가장 황홀한 순간은 내가 사라진 순간들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해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달리는 순간에 몰입된 그 때.
그 순간에는 내가 없고, 세상도 없고,
달리는 경험 그 자체만 영원처럼 존재한다.
그렇게 '지금'만 존재하는 달리기는
우울증으로부터 나를 되찾게 해 주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과정 속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마인드풀 러닝(Mindful Running)’입니다.
이는 기록 경쟁에만 몰두하는 달리기가 아닙니다.
몇 km를 뛰었는지,
페이스가 얼마나 나왔는지,
누구보다 빨랐는지보다,
지금 내 호흡은 어떤지,
내 몸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나는 왜 달리고 있는지를 느끼며 달리는 것입니다.
pole, pole 천천히 천천히
책 속에는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나옵니다.
“Haraka Haraka haina baraka”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다”
저자는 케냐에서 ‘빠름의 비밀’을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케냐 선수들에게 배운 것은 ‘빠름’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는 그곳에서 ‘느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케냐 마라토너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
"우리가 보기에는 엄청난 속도처럼 보이지만,
그들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달리기'를
매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결과,
결국 '자신이 할 수 없었던 달리기'를 해내게 된 것이다"
꾸준함과 감사함으로 달린다
"Let us train hard, win easy"
힘들게 훈련하고, 쉽게 이기자
케냐 엘리트 선수가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케냐 선수들은 매일 달리기에 모든 것을 바친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훈련도 '꾸준함'과 '감사함'으로 이어간다고 합니다.
결국 저자가 케냐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러닝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쌓아 가는 힘,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호흡으로 달리는
삶의 태도였습니다.
느린 거북이 러너 김사장도
오늘도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달려 보려 합니다.
어쩌면 달리기의 진짜 의미는
남보다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