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건 좀 심하잖아?"
친한 형님이 저에게 던진 말입니다.
무슨 뜻이었을까요?
조금 뒤에 알게 되실 겁니다.

여행도 달리기도 잠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많은 사람이 묻지요.
"집 나가면 고생인데, 여행은 왜 가?"
달리기도 비슷합니다.
"이 더위에 힘든데 왜 또 달려?"
그러게요.
그런데 저는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잠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의 쳇바퀴에서
잠깐이라도 내려오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여행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있다고 합니다.
처음 가는 길은 낯설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래도 떠나는 순간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워집니다.
달리기도 그렇습니다.
오늘 뛰어야 할 거리는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이고,
몸은 조금 두렵지만 마음은 또 설렙니다.

와이셔츠를 벗는 순간, 진짜 내가 나타납니다
평소 제 복장은 와이셔츠와 구두입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제 편안함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달리기는 다릅니다.
오직 내 몸이 기준입니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그것은 곧 기록을 방해하는 짐이 됩니다.
지난 4월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한 뒤
서브4를 목표로 다시 훈련을 시작하면서
저는 더욱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시간, 2시간, 그리고
길게는 3시간 이상을 달리는 사람에게는
'남들이 어떻게 볼까?'
라는 생각보다
'내 몸이 편한가?'
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야, 이건 좀 심하잖아!"
러닝 나시를 입고,
레깅스 하나만 입은 제 모습을 보더니
러닝 크루 호상 형님이 말합니다.
"야, 레깅스 위에 반바지 하나 더 입어"
저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싫어요. 반바지 하나도 저한텐 짐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옷 한 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을 달리는 사람에게는
그 작은 무게와 작은 마찰도 피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남의 시선보다
제가 하기 싶은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달릴 때만큼은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은 오직 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니까요.
잠시 떠나야, 소중한 것이 보입니다
신기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 집이 그리워집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우리는 말합니다.
"역시 우리 집이 제일 좋다."
달리기도 그렇습니다.
잠시 일과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달리다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도,
나를 지치게 했던 일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사실은 저 일을 좋아했구나'
'저 사람을 꽤 아끼고 있었구나'
달리기는 도망치는 시간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다시 발견하는 여행이었습니다.
달리고 돌아오면, 삶이 조금 더 사랑스러워집니다
저는 달리고 돌아오며 가끔 혼잣말을 합니다.
'내 일터가 참 고맙구나'
물론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되고,
다시 고민이 생기고,
다시 사람 때문에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다음 날 새벽, 저는 또 여행을 떠납니다
멀리 해외로 가는 여행은 아니지만,
하루를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여행.
몸도 쉬고,
마음도 쉬고,
인생도 숨을 고르는 여행.
저에게 달리기는
매일 아침 떠나는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여행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이 있었기에
저는 오늘도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게,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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