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늘은 안 마셔?"
정작 만나자고 했던 친구가
맥주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 것입니다.
친구의 침묵이 들리던 저녁
대학 동기들과 번개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반가운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친구가 계속 몸을 사리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을 묻자
친구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작년에 수술을 받았어."
정기검진에서 작은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조금 수척해진 얼굴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 내가 친구에게 참 무심했구나.'
보이지 않는 상처도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또 다른 친구에게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연락이 잘 안 돼"
"회사 일 때문에 번아웃이 온 것 같대"
이번에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친구였습니다.
그 순간 또 한 번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달리기를 한다는 이유로,
글을 쓴다는 이유로,
나 혼자 바쁘게 살아가는 사이,
친구들의 몸과 마음은
조용히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참 무심했구나.'
달리기는 기록보다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달리면 정말 건강해집니까?"
사실 달린다고 해서 모든 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마음의 상처가 단숨에 회복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달리기는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조금씩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 기록, 내 목표, 내 완주도 생각하지만,
이제는 친구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달리기가 저를 조금은 더 따뜻한 사람으로
바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중 '반성 러닝'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핑계거리는 충분합니다.
"오늘은 쉬어도 되겠지."
하지만 신발끈을 묶습니다.
저는 운동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반성하기 위해 달립니다
그동안 친구들에게 무심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는 안부를 자주 묻겠다고 다짐하며,
친구들의 건강을 기도하며 달려 보려 합니다.
오늘 달리는 한 걸음은
제 기록을 위한 발걸음이 아니라,
친구들을 향한 마음입니다.

언젠가는 함께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아.
꼭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걷기부터 시작해도 좋고,
동네 한 바퀴만 걸어도 좋다.
무엇이든 좋으니
몸도 마음도,
조금 더 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같이 한 번 뛰어볼까?"
그 말 한마디만 해 준다면,
나는 언제든지
기꺼이 함께 달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
친구들아.
오래오래 건강하자.
그리고 사랑한다.
친구를 위한 행복한 발걸음
달리기는 결승선을 향해 가는 운동이 아니라,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기원하며 뛰는 발걸음은,
기록보다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PS. 후기)
내일 하프마라톤(21.1km) 롱런을 앞두고 있는 저는,
폭우가 예보된 날씨에도
친구들을 생각하며 가볍게 그리고 느리게 3km를 달렸습니다.
운동장 트랙을 들어서니
신기하게도 비는 거짓말처럼 멈추었습니다.
친구들도 저를 응원해 준 것만 같았습니다.
"고맙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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