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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러닝 데이터 분석 ... 실전편

써머 러너에게 가장 중요한 기록은 '무사 귀환'입니다 ... 생애 첫 풀코스 완주 후 10주차 러닝 데이터 분석 17편) 풀, 나무, 지렁이가 가르쳐 준 교훈

by 느린 거북이 러너 김사장 2026. 7. 13.

"이 더위에 왜 달려?"

 

새벽 5.

 

양재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미 더위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무사히 돌아오는 것.

 

풀과 나무는 태양과 싸우지 않습니다

 

뜨거운 햇빛이 쏟아져도

풀 숲 옆이나 나무 아래는 훨씬 시원합니다.

 

왜 그럴까요?

풀과 나무는 태양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잎에서는 물을 증발시키며

주변 공기를 식혀 줍니다.

 

반면 콘크리트는

받은 열을 그대로 품었다가

도시 전체로 다시 내뿜습니다.

 

그래서 여름 러닝은

태양보다 콘크리트와 싸우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달리면서 이런 생각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내가 풀과 나무처럼 달려 보자'

 

제가 뜨거운 태양열을 흡수한다고 해서

세상이 정말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더위를 원망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제 속도를 찾아 달린다면

적어도 제 마음만큼은 조금 더 시원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새벽 지렁이가 가르쳐 준 귀환의 원칙

 

오늘 새벽 산책로에는

지렁이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축축한 길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해가 떠오르자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말라 가는 콘크리트 위에서

지렁이들은 몸을 비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해 달렸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써머 러너도 비슷할 수 있겠구나'

 

새벽의 시원함에 취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돌아와야 할 시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지렁이는 제때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러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에는 끝까지 가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돌아올 줄 아는 사람이 오래 달리는 사람입니다.

 

불가능과 가능은 한 끗 차이입니다

 

Impossible ≠ I'mpossible

 

앞의 Impossible은 불가능.

뒤의 I'mpossible은 나는 할 수 있다.

 

불가능과 가능은 어쩌면

내 마음 속 작은 차이에서

시작되지는지도 모릅니다.

 

더위가 무섭다고

아예 멈춰 버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몸의 신호를 들으며 달리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선택입니다.

 

오늘 저는 기록이 아니라 '생환'을 선택했습니다.

 

오늘은 작심하고 천천히 달렸습니다

생애 최초 풀코스 완주 후 10주차 일요일 롱런 기록입니다

  • 거리 : 20.01km
  • 평균 페이스 : 6'33"/km
  • 평균 심박수 : 144bpm
  • 케이던스 : 177spm
  • 시간 : 2시간 10 59

생애 최초 풀코스 완주 후 10주차 주말 롱런 (2026.7.12)

 

처음 10km 6 40~50초대로 여유 있게 달린 뒤,

후반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6분 초반까지 속도가 올라갔습니다.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달렸습니다.

 

평균 심박수는 144bpm으로 다소 높았습니다.

같은 속도로 달려도 무더운 날에는 몸이 열을 식히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페이스보다

호흡과 심박수, 몸의 느낌을 살피며 달렸습니다.

 

빠르게 달린 것보다

무리하지 않고 훈련을 끝냈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주의 기록보다 더 중요한 교훈, 생존의 기술

 

이번 주 누적 42.6km.

숫자는 만족스럽습니다.

 

생애 최초 풀코스 완주 후 10주차 주중 총 4회 누적 마일리지 42.6킬로미터 (2026.7)

 

 

하지만 오늘 가장 기뻤던 것은

무더위에 20km를 달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20km를 달리고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여름 러닝은 기록 경쟁이 아닙니다.

생존의 기술을 배우는 계절입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조금 쉬어도 괜찮습니다.

조금 일찍 돌아와도 괜찮습니다.

 

귀환에 실패한 러너에게는 다음 훈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더위를 이긴 것이 아니라,

더위를 존중하며 달렸습니다.

 

오래 달리는 사람은,

끝까지 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에도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무사히 돌아오는 사람입니다.

 

RCE: Running Changes Everything 달리기는 세상 모든 것을 바꿉니다